인생의 마지막날

소소한일상   2010/01/17 02:01
'내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이 세상을 등지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예전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아파트 11층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주민'

그 벽돌은 갓난아기가 베란다에서 뭣모르고 던진 것이었다

어차피 고층이었으므로 가벼운 것이었냐 무거운 것이었냐. 벽돌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물체가 정확하게 지나가는 행인의 머리에 맞을 확률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도대체 어떤 운명이 그런 타이밍을 만들어낸 걸까

그 행인의 발걸음이 조금만 느렸어도, 

아침식사 숫가락을 조금만 늦게 내려놓았어도,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한번만 더 했더라도..

어떤 것이든 1초만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면 그런 운명을 피해갈 수 있었을텐데...

아닌가?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운명의 문제가 아니고


만약에 그런 아주 어처구니없는 확률에 걸리는 비극이

내게 일어나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전혀 예상치 못하게 하루아침에 떠나버린다면

물론 인사를 못한 가족들이나 주변인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겠지만 

또 다른 부분을 생각해보면

사망 뒤 후속조치에 관한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블로그에 내가 죽었다는 공지가 자동으로 떠주었으면 좋겠고

메신저에도 그런 기능이 있어서

내 죽음과 함께 사소한 것들이 다 정리되었으면 하고

쓰던 물건들은 남김없이 친구들에게 딱딱 전해졌으면 좋겠고

자주가는 단골가게엔 앞으로 찾아뵐수 없게 되었지만 번창하시길 바란다는 메세지가 자동 전송됐으면 좋겠다

하드디스크속 개인적인 파일들은 자동 삭제가 되었으면 하고,

통장 잔고와 기타 자산들도 미리 정해둔 이에게 이체 되고,

가입해뒀던 인터넷 사이트들은 자동 탈퇴, 메일 계정도 폐쇄

가상공간에서의 흔적도 말끔히 정리되길 바라지 않을까

뭐 하여간 이런 인생청소서비스 같은 건 안생기려나

생명보험 보상혜택에 포함해주면 안되나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내가 지금 꿈꾸고 계획하고 있는 것들

인생을 살면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것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의 흔적들이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채

아무런 의도도 파악되지 못한 채

우주속으로 증발해버린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프지 않을까 싶다.